![[씨저널] 콜마그룹 경영권 다툼은 재계 가족 간 분쟁 종합판, 윤동한 윤상현 윤여원 가족경영의 한계](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06080339_51460.jpg)
▲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오른쪽)가 2024년 6월4일 대한약사회와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 분쟁의 원인은 크게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요인은 가족 간 합의 부족, 승계 전략 부재, 가족 간 유대감 약화, 권력 불균형 등이 있다. 외부요인으로는 사모펀드 등 외부세력의 개입, 오너가에 대한 나쁜 평판, 후계자에 대한 시장의 불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재계 내 가족 간 분쟁은 대체로 이 중 하나 이상의 요인이 발현해 일어난다.
우선 창업주가 명확한 승계구조를 마련하지 않거나 가족 간 합의가 부족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그룹이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간의 경영권 다툼은 신격호 선대 회장이 후계구도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과거 현대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펼쳐진 정몽구·정몽헌 형제의 싸움도 정주영 명예회장 생전에 후계자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한미약품 오너가 분쟁은 가족 간 합의 실패가 원인이 된 경우다.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마련과 지분 분할 문제로 모녀와 형제 간 갈등이 발생했고, 이를 OCI와 합병을 통해 해결하려 했으나 결국 가족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전개됐다.
가족 간 유대감의 약화에 다른 경영권 분쟁은 대체로 창업주의 자녀와 손자들이 참여하는 2~3세 경영으로 접어든 후 창업 정신과 형제·사촌들의 친밀감이 옅어지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너 3세 형제들이 싸움을 벌인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2005년 가족회의 결과에 따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한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박용만 형제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에 진정서를 낸 일을 계기로 ‘형제의 난’을 겪었다. 이 일로 박용오 전 회장은 형제들과 의절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동성제약도 가족 간 유대감 약화가 원인이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외부세력의 개입과 오너 리스크에 따른 평판이 문제가 된 사례는 한진그룹이 대표적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9년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외부세력인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격한 사건이다.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조 회장이 승리하며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이를 계기로 한진그룹은 호반그룹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는 등 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분쟁도 외부세력이 개입해 오너가의 갈등을 심화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후계자에 대한 시장의 불신으로 가족 간 분쟁이 악화된 사례로는 아워홈을 들 수 있다.
아워홈은 구자학 창업주의 사망 이후 승계 과정에서 4남매가 약 10년간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장자이자 외아들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회삿돈 횡령 등으로 도덕성에 결함이 드러나 시장의 신뢰를 잃자 세 여동생이 오빠를 축출했다. 이후에도 4남매가 경영권을 놓고 혼전을 벌이다가 결국 경영권을 한화그룹에 빼앗기는 결과를 낳았다.
콜마그룹 오너가 세 사람의 분쟁은 재계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온 가족 간 다툼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놓은 압축판 같은 느낌이 있다.
우선 창업주(윤동한)와 두 자녀(윤상현·윤여원)의 3자 합의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창업주가 명확한 승계구도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오너 2세 중 한 사람이 나머지 한 사람을 축출하기 위한 공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가족 간 합의 부족, 유대감 악화의 사례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지분 차이에 따른 권력 불균형이 심했던 것도 분쟁의 씨앗이 됐다.
아울러 오너경영인(윤여원)의 경영능력에 대해 시장의 불신이 생긴 점, 외부세력인 행동주의 펀드(달튼)가 개입한 점은 가족 간 분쟁에 외부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씨저널] 콜마그룹 경영권 다툼은 재계 가족 간 분쟁 종합판, 윤동한 윤상현 윤여원 가족경영의 한계](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06080439_169232.jpg)
▲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이 2022년 9월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2 서울뷰티위크'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콜마>
국내 재계 오너 일가의 분쟁이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가족경영’의 폐해가 지목된다.
가족경영은 창업주 일가가 기업 소유와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지속해서 행사하는 지배구조를 뜻한다. 창업주 가족이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의 지분을 보유하고,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그 영향력을 세대 간 승계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족경영은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넘어 중장기적인 경영성과를 추구할 수 있는 점,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대응이 가능한 점, 일관된 경영철학을 유지할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사회의 독립성 저하, 독단적인 의사결정, 경영 효율성보다는 지배력 유지를 위한 선택,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은 문제가 된다.
특히 뚜렷한 승계 기준 없이 검증되지 않은 후계자에게 무리하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시도는 경영권 분쟁을 낳게 되며,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아울러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둘 이상의 자녀들에게 골고루 지분을 나눠주는 관행 역시 경영권 분쟁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몇몇이 힘을 합치는 등의 과정에서 분쟁이 격화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2세 및 그 이하 오너경영인에 대한 철저한 경영수업과 경영역량 검증을 통해 후계자를 선정하는 ‘합리적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창업주가 생전에 건강할 때 투명한 승계 플랜을 마련하고 정당성을 가진 후계자를 중심으로 지분을 물려주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