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매각 가능성 다시 떠올라, 전략적 자산으로 가치 부각

▲ 인텔이 18A 미세공정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며 반도체 제조업을 외부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 홍보용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에 주력으로 앞세우던 18A 공정의 외부 고객사 확보를 사실상 포기한다면 제조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반도체 제조 산업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높아지며 인텔 파운드리도 전략적 자산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7일 “대다수의 투자자가 인텔에 등을 돌렸다”며 “그동안 인텔이 시장 변화에 너무 느리게 적응했고 사업 방향 전환도 꺼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경쟁에 지나치게 늦게 대응하면서 CPU를 비롯한 제품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까지 동시에 추진하면서 심각한 재무 위기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주력 공정으로 활용하겠다던 18A 미세공정마저 외부 고객사에 사실상 제공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계획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고객사 반도체 수주를 위해 TSMC와 경쟁하려면 아직 승산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브스는 인텔의 이런 전략이 오히려 ‘컴백’을 위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전했다. 현실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는 긍정적 방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인텔은 전략 변화로 값비싼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있게 됐다”며 무리한 목표가 아닌 실제 결과를 증명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인텔은 18A 공정을 자체 반도체 생산에만 활용하고 외부 고객사 확보는 이르면 2027년 상용화를 계획한 차기 14A 미세공정을 앞세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포브스는 인텔이 그동안 18A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에 들인 금액을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러한 변화는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에 다시 무게를 싣는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인텔이 반도체 제조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외부에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은 지난해 재무 위기가 심각해졌을 때부터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다만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18A 공정에 집중해 고객사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실적 반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인텔 반도체 파운드리 매각 가능성 다시 떠올라, 전략적 자산으로 가치 부각

▲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DX1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그러나 이제는 18A 공정의 외부 파운드리 활용 계획이 사실상 철회될 수 있는 만큼 매각 가능성에 다시금 힘이 실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포브스는 “인텔 파운드리 매각설을 거론하는 일은 다소 이를 수 있다”며 “그러나 이제 파운드리 사업부는 독립해 생존이 가능한 세계를 갖춰나가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8A 공정의 외부 고객사 확보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벌일 필요가 없어진다면 이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더라도 충분한 재정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로 반도체 제조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매각하는 시나리오에 긍정적으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가 촉발한 반도체 관세 등 무역 불확실성,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반도체 생산 거점 다변화가 각국에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에 집중된 TSMC 미세공정 반도체 공급망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포브스는 “첨단 반도체 제조업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 ‘금광’과 같이 인식되고 있다”며 “잠재적 인수 기업에 전략적 자산으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 파운드리가 잠재적 가치와 비교해 저평가되고 있는 만큼 매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인텔의 확실한 부활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포브스는 “인텔 경영진이 올바른 결단을 내린다면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모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이 18A 공정의 외부 고객사 확보 중단을 계기로 파운드리 사업 매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포브스는 투자자들이 인텔의 이러한 잠재력을 고려해 주식 매수에 뛰어들기 적합한 시기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덧붙였다.

직전 거래일인 3일 인텔 주가는 전날보다 2.8% 상승한 22.4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33.8% 떨어진 것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