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5월2일 모습이다. < 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선제적 투자로 다수 공장을 빠르게 가동하고 있는데 친환경 업계의 전반적 침체에 이러한 투자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셈법이 복잡해졌다.
7일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 통과로 미국 친환경 제조업 투자가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사 코어파워는 최근 애리조나주 벅아이에 10억 달러(약 1조3673억 원) 규모를 들여 짓겠다고 했던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다른 기업이 추진하던 매사추세츠 풍력 터빈 케이블 공장이나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 콜로라도의 배터리 공장 등 굵직한 사업도 모두 백지화됐다.
대부분 공장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올해 1월 이후에 건설을 중단하거나 일정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정책 연구기관인 아틀라스 퍼블릭폴리시는 “2021년 이후 발표한 715개 친환경 제조공장 가운데 53곳은 건설을 중단했다”라며 “일정을 지연하거나 규모를 축소한 곳도 많다”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친환경 제조업 공장 건설을 멈추게 한 요인으로 고금리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더해 트럼프 정부에서 통과시킨 감세 법안('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 OBBBA)을 꼽았다.
감세법안 통과로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되고 연방정부의 대규모 대출 지원도 끊길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는 2030년대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런 와중에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퀸크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단독공장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30억 달러(약 4조1천억 원) 규모의 공장으로 내년에 가동을 시작한다.
미국 내 다른 친환경 제조업 프로젝트가 줄줄이 멈춰선 것과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퀸크릭 지역의 친환경 제조업 설비가 빠른 진전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 2023년 6월15일 미국 미시간주 레이크오리온에 위치한 GM 공장에서 쉐보레 볼트 전기차가 조립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건설한 오하이오와 테네시 공장은 2022년 8월과 2024년 4월 각각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홀랜드 단독공장도 가동되고 있다.
반면 SK온와 포드가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설립하고 있는 배터리 합작공장은 아직 가동 이전이다. 삼성SDI와 GM의 합작공장도 2027년을 목표로 건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요컨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친환경 생산 투자를 선제적으로 마무리짓고 있으며 이미 다수 공장의 가동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러한 ‘나홀로 완공’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세제 혜택이 사라지며 전기차 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배터리 수요 역시 급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의 추정치를 인용해 “미국 내 6월 전기차 판매가 전월 대비 6.2% 감소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월별 판매가 6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다는 점도 짚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장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을 안은 채 수요가 둔화하는 전기차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 닛케이아시아의 5일자 보도에 따르면 혼다는 최근 미국 전기차 수요 감소를 이유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개발을 중단했다. 혼다는 2023년 3월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주 공장 또한 지난해 한동안 건설이 멈춰선 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 공장은 현지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이런 상황은 다른 업체가 철수한 빈틈을 메우며 시장 점유율을 넓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로이터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2분기 긍정적인 잠정실적을 내놓았다는 점을 짚으며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미리 구매하기로 결정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