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에 힘 실린다, 비금융사 옥죄는 '만장일치제' 부상

▲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흐름이 은행 주도 구조로 수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 관련 그래픽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향한 흐름이 사실상 ‘은행 주도 구조’로 수렴되고 있다는 시각이 금융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제도의 구체적 뼈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조와 은행권의 선제적 대응을 고려하면 시장 주도권이 은행 중심 연합체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절차에 한국은행과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정책 심의기구’ 신설을 건의했다.

한국은행은 이 기구를 미국의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명시된 스테이블코인 인증심사위원회(SCRC)를 참고한 모델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주·연방 규제당국의 감독 아래 이뤄지도록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미국 연방법안이다.

특히 비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SCRC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와 유사하게 6월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 인가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1일(현지시각)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 정책토론에서도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면서 핀테크 등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자본 유출입 관리 규제를 훼손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관리와 관련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의 ‘만장일치 인가제’ 언급을 놓고, 스테이블코인 시장 활성화를 추구하면서도 금융안정과 리스크 관리를 고려하려는 ‘제도적 안전장치’로 풀이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비금융사 진입 문은 열어뒀지만, 실질적으로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은행권 중심의 연합체가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2차 실험을 잠정 중단하면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병행하던 정책 방향이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권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 모두에 대응해 왔지만 제도화 방향이 불투명했던 만큼 구체적 전략을 세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CBDC 실험이 중단되며 은행권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무게를 두는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한국은행 CBDC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한강’ 2차 실험 보류 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국내 기업들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 경쟁이 나타났다”며 “은행에서도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도 상표권을 출원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대감이 시장에 재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에 힘 실린다, 비금융사 옥죄는 '만장일치제' 부상

▲ 은행권에서 스테이블코인 협의체 가입도 늘고 있다. 사진은 4월 ‘스테이블코인 분과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오픈블록체인·DID협회>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은행권 연합 컨소시엄을 꾸리는 데도 속도가 붙고 있다.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는 4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가능성과 실효성을 검토하기 위한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했다.

당시 KB국민·신한·우리·농협·기업·수협은행 및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6월30일 부산은행이, 7월 초 iM뱅크가 각각 합류하며 은행권 전반으로 참여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제도화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발행 주체’로서 실질적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라고 해석한다.

은행 중심 규제 프레임은 미국 지니어스법이 제시하는 구조와 유사하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정당성이 뚜렷하다고 평가된다.

코빗리서치센터는 “장기성 기관 자금이 규제 정비 등에 바탕을 두고 구조화하는 흐름은 최근 미국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은행권의 시장 진입과도 같은 맥락에 있다”며 “특히 6월 지니어스법안 미국 상원 통과는 제도권 금융과 가상자산 사이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