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쇼핑 '자부심' 알리고 싶다, 9년 만에 베트남으로 증권사 연구원 초청한 이유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베트남사업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다. 최근에는 15년 만에 해외로 증권사 연구원들까지 불러 베트남사업의 성과를 소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베트남사업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다.

롯데쇼핑이 국내 경쟁사들과 비교해 해외에서 흔치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인데 그 배경에는 기업가치를 높여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가 열렸다.

김원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관해 IR팀 직원들이 참석한 이 행사에는 모두 증권사 9곳이 참석했다. 이들은 복합쇼핑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비롯해 롯데백화점 하노이점(롯데센터 하노이)과 현지 경쟁 유통채널인 이온몰 롱비엔점과 대형마트 빅씨 탕롱점 등을 두루 둘러본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영 롯데쇼핑 백화점 기획관리본부 해외사업부문장도 참석해 롯데쇼핑의 베트남사업 현황을 소개했다.

롯데쇼핑이 해외 현지 사업장에 국내 증권사 연구원을 초청해 사업 현황과 중장기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종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직접 기업설명회를 했지만 이는 대부분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롯데쇼핑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성격의 설명회였다.

실제로 롯데쇼핑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거의 9년 만이다. 2016년 3월 중국 상하이와 베트남 호찌민, 하노이에 증권사 연구원을 초청해 현지 점포와 경쟁사를 방문하도록 하는 3박4일 일정의 기업설명회를 연 것이 최근 열린 마지막 행사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인공들”이라며 “그동안 실적발표 행사 때 베트남사업이 잘 된다고만 얘기했는데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드리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이런 행사 취지에 부합하듯 롯데쇼핑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롯데쇼핑의 항후 성장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해외사업의 성과는 국내 시장에서 구조적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데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내다봤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베트남은 롯데쇼핑이) 홀로 가진 투자 포인트”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롯데쇼핑이 특히 증권사 연구원들에게 자랑한 대상은 2023년 9월 정식 개장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였다. 총 787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이 복합쇼핑몰은 쇼핑몰과 호텔, 오피드 등이 결합한 베트남 최대 프리미엄 복합단지다.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문을 열기기 전까지만 해도 하노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은 베트남기업인 빈그룹이 운영하는 빈콤메가몰이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열면서 현지 유통 판세가 바뀌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의 연간 방문객은 1천만 명을 넘었고 베트남 쇼핑몰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애초 롯데쇼핑은 2026년은 돼야 이 쇼핑몰에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오픈 6개 분기만인 올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할인점인 롯데마트의 성과도 빠뜨리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현재 베트남에서 점포 15곳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국내 경쟁사인 이마트가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과 180도 다른 전략이다.

롯데마트가 1분기 낸 실적을 봐도 해외에서 번 영업이익이 국내에서 번 것보다 많을 정도로 롯데마트 베트남사업의 위상은 높다.
 
김상현 롯데쇼핑 '자부심' 알리고 싶다, 9년 만에 베트남으로 증권사 연구원 초청한 이유

▲ 롯데쇼핑이 2023년 9월 정식 개장한 복합쇼핑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사진)는 예상보다 이른 올해 1분기부터 손익분기점을 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이번 설명회에서 동남아시아 사업의 성장 전략도 공유했다. 2030년까지 동남아시아 권역에서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2024년 매출이 1조6천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공격적 목표를 세운 셈이다.

김상현 부회장이 이번 기업설명회를 추진한 의도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베트남사업에 공을 들인 노력이 점차 성과로 나타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부각하면 기업 가치 제고에 좋지 않겠냐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롯데쇼핑과 경쟁하고 있는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은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업만 보면 경쟁력을 부각하기 쉽지 않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롯데만한 곳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홍보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한 콘텐츠 공급과 선진 유통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접목하면서 베트남 20~30대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베트남사업 중심의 글로벌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현 부회장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롯데쇼핑의 베트남사업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그는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유통 박람회 ‘NRF빅쇼’에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사례를 언급하며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고객과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유통업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6월5일 낸 ‘CEO IR레터’에서도 “해외사업에서의 성과 또한 지속 확대되며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개점 1년 만에 방문객 1천만 명을 돌파하며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고 해외 할인점 또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의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