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양회에서 철강 감산을 선언한 데 이어, 최근 중앙재경위원회가 자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며 대대적 감산 조치에 나서며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중국의 철강 감산 규모가 지난해 전체 생산량 10억 톤의 5%에 해당하는 연 5천만 톤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1천만 톤의 저가 중국산 철강 수입으로 고전했던 국내 철강 업계가 중국산 수입 감소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후판 가격 협상 앞두고 조선 '울상' 철강 '미소', 중국 철강 구조조정에 감산 더해져 '촉각'

▲ 중국의 철강 감산 조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철강과 조선 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철강 업계가 유리한 협상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국내 한 조선소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용접하는 모습.<연합뉴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조선과 철강업계의 올해 3·4분기 후판 가격 협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산 후판을 섞어쓰던 조선 업계는 원가 부담이 늘어날 우려를 하고 있는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두 업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7일 철강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의 철강 감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철강 시황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중앙재경위원회는 ‘낙후 생산설비의 질서있는 퇴출을 촉진하겠다’며 철강산업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고, 이어 일부 중국 제철소들은 30% 감산을 통보받았다.

중국 정부가 구체적 감산량을 확정하진 않았으나, 철강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 업계가 연간 약 5천만 톤을 감산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 철강 생산량 6350만톤의 79%, 중국 연간 철강 수출량 1억1천만톤의 4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감산 조치가 본격화하면 중국 철강 업계의 저가공세에 시달렸던 국내 철강 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철강의 2025년 1~5월 국내 수입량은 340만 톤으로, 2024년 1~5월 수입량 410만 톤과 비교해 70만 톤 감소했다.

후판가격 협상에서도 철강 업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감산에 들어가면 국내 조선사들이 전체 사용량의 약 20~30%를 차지하는 중국산 후판의 수입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들의 후판 가격 협상력이 올라갈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용 철강재로 주로 사용된다.

앞서 1분기와 2분기 철강사와 조선사들이 합의한 후판 가격은 1톤 당 8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작년보다 소폭 인상됐다.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 38% 예비 판정이 내려지면서, 국내 철강 업체들의 협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기준 국내 후판 시장 규모는 795만 톤이다. 이 가운데 총 후판 수입량은 210만 톤이며,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8만 톤으로 65.7%를 차지했고, 전체 후판 시장에선 17.4%를 차지했다.

올해 2월 중국산 후판 반덤핑 예비 판정으로 올해 1~5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32만7877톤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51.1% 감소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남은 3·4분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중국 감산 영향을 근거로 국내 철강 기업들이 즉각적으로 후판 값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지만, 국내 철강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판 가격 협상 앞두고 조선 '울상' 철강 '미소', 중국 철강 구조조정에 감산 더해져 '촉각'

▲ 국내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는 매 분기 선박제조용 후판(사진) 가격을 협상해 정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조선 업계로서는 후판 가격 상승이 달갑지 않다. 후판은 선박 건조비용의 20%가량을 차지해 인건비와 기타 원재료비가 일정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 조선 사업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후판 협상 가격이 톤당 5만 원 인상될 경우, 2025년 조선사별 매출 원가율은 0.3~0.5%씩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조선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중국 철강 감산 조치로 인한 원자재값 부담 증가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K조선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