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IT' LG디스플레이 '6세대 스마트폰', 엇갈리는 OLED 투자전략 왜?

▲ 애플이 2026년 출시하는 맥북 프로에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 라인에서 양산하는 IT용 OLED 패널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르면 2026년 상반기부터 8.6세대 OLED 생산라인에서 애플 맥북 프로에 들어갈 IT용 OLED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총 4조1천억 원을 투자해 8.6세대 IT용 OLED 생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설비에 투자하는 대신 기존 6세대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을 활용해 스마트폰용 OLED 패널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운 OLED 시장 주도권 확보를 노리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향후 OLED 수요 변화에 따라 두 회사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7일 디스플레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이 2026년 맥북 프로에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기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단독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린다 린 연구원은 “삼성은 2026년부터 애플 맥북 프로에 OLED 패널을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삼성은 노트북용 OLED 패널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애플이 훨씬 더 밝은 맥북 프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북 프로용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충첨남도 아산에 4조1천억 원을 투자해 구축하고 있는  8.6세대 OLED 라인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 신 공장은 월 1만5천 장 규모의 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다.

8.6세대는 기존 6세대보다 유리 기판 크기가 2.25배 크기 때문에 태블릿이나 노트북용 OLED를 대량 생산하는 데 강점이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6월26일 임직원 소통행사 ‘디톡스’에서 “무한경쟁 속 필승 전략은 빠른 실행력과 고객 마인드, 차별화된 기술력”이라며 “IT OLED는 많은 기회가 열려있고, 우리가 어떻게 기술을 선점해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IT용 OLED보다 스마트폰용 OLED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17일 파주 OLED 신기술 설비에 1조26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6세대 OLED 설비 투자가 아니라, 기존 6세대 OLED 생산라인 보완과 함께 차세대 COE(Color filter on encapsulation) 기술을 위한 설비 투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COE는 기존 OLED에서 편광판을 컬러필터로 바꾸는 기술로, 색 선명도를 높이는 동시에 패널 두께는 얇아지고 소비전력을 낮출 수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폴더블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기존 바 형태의 스마트폰 라인업에도 COE 기술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중소형 OLED 생산라인에 COE 공정을 위한 노광 장비를 추가적으로 들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IT' LG디스플레이 '6세대 스마트폰', 엇갈리는 OLED 투자전략 왜?

▲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설비투자 전략 차이가 향후 IT용 OLED 시장의 성장에 따라 희비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IT용 OLED 패널 수요 확대가 아직 불확실한 만큼, 우선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2022~2024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만큼, 경쟁사보다 더욱 신중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현재 IT용 OLED 패널은 주로 프리미엄 모델(게이밍 노트북, 고급 태블릿) 등에만 적용되고 있다. 2024년 기준 OLED 패널 침투율은 모니터 1.2%, 노트북 4.6%, 태블릿 PC 6.6%에 그쳤다.

최근 IT기기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격이 비싼 OLED 노트북이나 태블릿 판매량이 얼마나 빨리 늘어날지도 미지수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IT 수요 회복이 또 한번 지연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현금흐름 관리의 중요성과 운영 효율화를 통한 체질 개선 기조가 이어질지 주목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OLED 적용된 IT기기가 대중화하면, LG디스플레이는 생산량 부족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세대 OLED 라인에서도 IT용 패널을 만들 수 있지만, 양산 효율성에서 8.6세대 대비 현저히 떨어진다.  

한편 옴디아는 세계 IT용 OLED 패널 매출 규모가 2024년 약 25억3400만 달러(약 3조3800억 원)에서 2029년 89억1300만 달러(약 11조8900억 원)로 연평균 28.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