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 기후대응 정책 축소가 전력망 리스크를 키워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 강화에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아마존 데이터센터.
트럼프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등 기후정책 후퇴가 이러한 위기를 더 키워 미국의 국가 기술 경쟁력을 해치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24일 “미국 인공지능 산업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력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배런스는 미국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및 생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 인공지능 모델 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기업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꾸준히 힘을 싣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아마존 등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xAI와 오픈AI, 메타가 최대 수백만 장 단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를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잇따라 발표한 점도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인공지능 ‘기가팩토리’ 구축은 인공지능 반도체 고성능화와 더불어 미국의 에너지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 필수로 쓰이는 엔비디아 서버용 GPU 제품은 현재 1대당 120킬로와트(KW) 전력을 사용한다. 그러나 2027년 출시되는 신제품의 전력 소모량은 600KW 수준으로 예상된다.
배런스는 이에 따라 미국이 2028년까지 인공지능 분야에만 50기가와트(GW) 규모 전력 발전량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바라봤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앞으로 수 년 동안 에너지 공급 부족을 가장 큰 리스크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권사 모간스탠리의 설문조사 결과가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의 전력 생산 증가에 핵심 역할을 해 왔던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트럼프 정부의 지원 정책이 중단되는 점도 중요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에너지 발전량은 연간 63GW 증가했다. 이 가운데 태양광 및 풍력발전은 약 63%의 비중을 차지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력망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태양광과 풍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애플이 미국 텍사스주에 설립한 태양광 에너지 발전설비.
에너지부는 2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풍력발전 송전선 프로젝트에 제공하려던 49억 달러(약 6조7천억 원) 규모 대출보증 계획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같은 날 인공지능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전력망 확충을 비롯한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폴리티코는 미국 정부의 엇갈린 두 행보에 분명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원자력 및 화석연료 발전소 신설에 속도를 내 재생에너지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특성상 이러한 발전소 구축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 비용이 크게 상승한 점도 정책적 모순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됐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와 정반대 방향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우고 있어 큰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속도전’이 중요한 글로벌 인공지능 기술 발전 경쟁에서 미국이 전력망 부족에 따른 패착을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배런스는 “중국의 지난해 전력 발전량 증가폭은 400GW에 이른다”며 “미국은 이미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에너지부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자금 지원 중단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린 하우친 인디애나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성명을 내고 “중국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 전력망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며 해당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우는 미국의 에너지 공급망 강화 및 경제 성장 정책에 전력망 확충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배런스는 “미국이 인공지능 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려면 더 많은 인프라 구축은 필수”라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이를 바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