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원과 종가집 등 식품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전무는 가정간편식 사업에서, 차녀 임상민 전무는 라이신(동물사료용 아미노산) 사업에서 대상의 활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임세령, 가정간편식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써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6일 “대상은 올해 1분기에 별도기준으로 종가집을 운영해온 F&F 합병효과를 제외하면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것”이라며 “영업이익에 BI(브랜드아이덴티티) 교체비용으로 20억 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상가 두 딸 임세령과 임상민, 대상의 성장활력 찾기에 분주  
▲ 임세령 대상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 전무.
대상은 외형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상의 2016년 4분기 잠정 실적은 분명한 어닝 쇼크"라며 "일단 식품 부문의 역량이 저하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상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종가집 브랜드 리뉴얼의 투자금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부분이라 꼭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대상은 지난해 12월 종가집을 운영하는 계열사 F&F를 흡수합병해 종가집을 직접 운영하게 됐다. 

대상은 활로찾기의 일환으로 가정간편식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에 진출할 브랜드는 종가집이다. 

대상은 종가집 브랜드를 한식을 아우르는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어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세령 전무는 마케팅담당중역으로서 이미 김치브랜드로 굳어진 종가집의 이미지를 가정간편식 전문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첫인상을 주는 BI 변경에 공을 들였다.

임세령 전무는 동생 임상민 전무보다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지분율이 16%가량 낮아 승계구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마케팅사업부에서 꾸준히 대상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임세령 전무는 올해 3월 브랜드 ‘종가집’의 30주년을 맞아 기와 모양을 위아래로 배치한 이미지를 로고로 바꾸는 데 힘을 실었다. 종가집은 ‘발효과학의 맛’과 ‘으뜸정성의 맛’, ‘신선한 자연의 맛’이라는 표어도 갖게 됐다.

임세령 전무는 업계의 트렌드를 파악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상그룹에서 BI개편 등 마케팅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왔다. 뉴욕대 심리학과에서 수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감각을 살려 대상 브랜드의 이미지 변화를 이끌어왔다.

임세령 전무는 2012년 대상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전무에 올랐다. 2014년 청정원 BI를 18년 만에 기존보다 단순하게 바꾸는 작업도 진두지휘했다.

대상 관계자는 "종가집 브랜드의 글로벌화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임세령 전무는 식품브랜드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상민, 라이신 사업 정상화에 힘 쏟아 

임상민 전무는 그룹 내 숙원사업인 라이신 사업의 정상화를 이루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이신이란 주로 돼지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아미노산을 말한다.

  대상가 두 딸 임세령과 임상민, 대상의 성장활력 찾기에 분주  
▲ 임상민 대상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 전무.
명형섭 대상 전 사장은 2015년 라이신 사업을 다시 시작하며 “외환위기를 극복한 뒤로 라이신 사업 부활이 그동안 그룹의 숙원이었다”며 “라이신과 전분당, 바이오 등은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을 개발한 뒤 1990년대 후반 세계 3대 라이신 생산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독일회사 바스프에 라이신 사업을 매각했고 2015년 8월 1207억 원을 들여 되찾았다.

임상민 전무는 당시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으로 라이신 사업을 17년 만에 되찾아오는 데 기여했다. 임상민 전무는 2009년부터 대상에서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 업무를 맡아왔고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지분 36.71%를 보유하고 있다. 

임상민 전무는 2015년에 결혼해 미국에서 지내면서 뉴욕 지사에 근무했다가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언니 임세령 전무와 함께 승진하면서 임상민 전무는 전략을 총괄하게 돼 뉴욕에서 근무가 어려워졌다. 

대상은 올해 라이신 사업이 3천억 원 매출을 내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원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라이신 사업이 정상화되면 30% 수준인 소재 부문의 매출 비중이 40% 대까지 높아지게 된다.

대상은 군산에 위치한 라이신 설비를 개·보수하는 등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생산량 증가와 고정비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조미료설비와 시너지 등으로 이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라이신시장 규모는 약 4조5천억 원이며 세계시장의 30%는 CJ제일제당이 점유하고 있다.

2020년 라이신시장은 6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신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육류 수요가 늘고 있고 양돈농가가 대형화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관계자는 “대상은 외환위기 이전에 세계 라이신시장의 1위 사업자였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경쟁업체가 사라지며 시장이 재편되는 등 세계 정세가 뒤바뀌고 있는 가운데 임상민 전무의 지휘 아래 어느 정도 정상화가 이뤄졌고 앞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