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을지로 167번지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하트원(H-ART 1)은 24일까지 제4회 하나 아트버스 미술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을 전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봄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5월 은행 갤러리들이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도심 속 조금은 특별한 미술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1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1번 출구에서 242m 거리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하트원(H-ART 1) 2층에서는 현재 ‘반복과 변주’ 기획전을 볼 수 있다.
하나은행은 반복과 변주 기획전에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 작가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작가 등 국내외 작가 7명의 작품 8점을 전시했다.
전시장 안쪽 공간에 설치된 백남준 작가의 작품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 당시 제작된 ‘마음 심(心)’ 두 점 가운데 하나다. 백남준 작가는 김승유 전 하나은행장과 고교 동창으로 하나은행과 인연이 있다.
하나은행 을지로본점 로비에는 친구의 의뢰를 받아 작가가 제작한 ‘Hana Robot’이라는 이름의 작품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하트원은 하나은행 을지로기업센터지점을 리모델링해 2022년 11월 개방형 수장고로 만든 공간이다. 이에 기획전시 옆 공간에는 하나은행이 수집해온 미술작품 230여 점이 빼곡히 걸려있다.
▲ 서울 중구 을지로 167번지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하트원(H-ART 1) 2층 개방형 수장고에 은행 소유 미술작품들이 걸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올해 4월 전까지는 개방형 수장고라도 선별한 작품들을 작가 이름과 작품 설명을 붙여 여느 미술관들처럼 전시했었지만 이번 반복과 변주 전시와 함께 수장고 공간도 변화를 줬다.
‘귀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라는 수장고 뜻을 살려 은행 소유 작품 3천여 점 가운데 230여 점을 ‘보관’했다. 그리고 작품 입출과 반입 등 작업도 진행한다.
말 그대로 은행 수장고를 엿볼 수 있는 장소인 셈이다.
전시를 보고 4층으로 올라가면 하나금융그룹 발달장애인 미술공모전 하나 아트버스 참여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작가 800여 명 가운데 상을 받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하나 아트버스 전시공간에는 수상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소개해주는 영상과 정면 벽면의 커다란 스크린 속 미디어아트까지 소소한 재미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 아트버스는 하나금융그룹의 ESG경영 활동의 하나인 만큼 전시회장 입구에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을 응원할 수 있는 작은 기부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간 엽서부터 노트, 볼펜, 티슈 등 굿즈를 제공하면서 원하면 간단한 카드태크로 2천 원 정도 소액을 기부할 수 있다.
▲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110번지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외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1912년 완공된 르네상스 양식의 석조건물로 대표적 한국 초기 근대 건축물이다.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2001년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맞아 화폐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같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시청 사이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한은갤러리는 ‘사유와 산책-이어진 길’ 상설전을 열고 있다.
사유와 산책-이어진 길에서는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가운데 한국 근현대 미술사 명작 15점을 전시하고 있다.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대표적 한국 근대 초기 건축물인 화폐박물관의 묵직한 문을 열고 건물 왼쪽의 고풍스런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한은갤러리가 있다.
곧게 뻗어있는 직사각형의 크지 않은 공간에 들어서 왼쪽에 걸린 비단에 그린 수묵화, 한국 산수를 담고 있는 수묵담채화부터 시작해 캔버스에 그린 유채화로 넘어가다 보면 그림과 함께 시대의 변화 속을 걸어본 듯하다.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 상설전 '사유와 산책-이어진 길'에 전시된 김인승 작가의 '봄의 가락'. <비즈니스포스트> |
전시공간 정면에 걸린 1911년생 개성출신 김인승 작가의 ‘봄의 가락’ 2점은 1942년 제21회 조선미술전람회 추천작가 출품작이다. 한복을 입은 여인들과 양장을 입고 첼로를 켜는 연주자의 모습도 한 시대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밖에도 사유와 산책-이어진 길 전시에서는 근대 한국화 6대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상범 작가의 ‘야산귀로’, 동양적 화풍에 초현실주의 기법을 결합한 작품으로 유명한 김종하 작가의 ‘자연의 조건’ 등을 볼 수 있다.
김종하 작가 작품으로 15점을 모두 감상하면 나가는 길에 거울이 걸려있다.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 산책길 마지막에 현재의 ‘나’를 거울 속에 비춰볼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은갤러리 상설전 '사유와 산책-이어진 길'에 전시된 한국 근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는 옛 총재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부터 모형금고, 세계화폐 전시실, 화폐의 역사 전시실 등 다양한 볼거리도 가득하다.
을지로를 벗어나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는 창고로 사용하던 옛 금고를 활용한 금고미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1층에 위치한 ‘갤러리 세이프’다. 이름부터 금고를 뜻하는 영어단어인 ‘세이프(Safe)’가 들어갔고 실제 갤러리 입구가 영화에서 보던 금고 철문으로 돼 있어 입장할 때부터 이색적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38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1층 옛 금고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 세이프'는 실제 금고의 철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갤러리 세이프에서는 30일까지 김교생, 박정, 서경빈, 이진원, 정성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가능성의 예술, 에이블아트를 만나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에이블아트는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장애인 문화예술 운동으로 가능성의 예술, 장애의 예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도 청각장애, 발달장애 등을 지닌 작가들의 그림이다.
작은 금고 공간인 만큼 안이 넓지는 않지만 갤러리 안과 밖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는 즐거움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38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1층 '갤러리 세이프'에서는 30일까지 ‘가능성의 예술, 에이블아트를 만나다’ 전시회가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나은행 하트원부터 한은갤러리, 수출입은행의 갤러리 세이프의 전시회는 모두 입장료가 없다. 작품도 많지 않다. 하지만 큐레이터 서비스부터 마음을 채워주는 작품들까지 있을 건 다 있다.
낮이면 쨍쨍해진 햇빛에 옷차림도 가벼워지는 5월, 평일 잠깐 짬이 나는 점심시간이나 주말 가벼운 나들이로 도심 속 은행 갤러리 탐방을 추천한다. 박혜린 기자